고객 정보를 모을 때 기본 태도가 「일단 받아 두자」가 되기 쉽습니다.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안 쓰는 항목은 전환율을 깎고, 관리 부담을 늘리고, 사고 시 피해를 키웁니다. 모으지 않는 게 이익인 항목이 꽤 있습니다.

#쓰는 항목만 남긴다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항목으로 지금 무엇을 하는가.

답이 「언젠가 분석할 때」면 안 모으는 게 낫습니다. 그 분석은 대개 오지 않고, 와도 그때 모으면 됩니다.

실제로 쓰는 항목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연락 수단, 주문 내역, 문의 내용 정도로 대부분의 판단이 됩니다.

항목을 줄이면 입력 품질이 올라갑니다. 많으면 사람은 대충 채웁니다.

그리고 대충 채운 칸은 없는 것보다 나쁩니다. 비어 있으면 모른다는 걸 알지만, 엉뚱한 값이 들어 있으면 그걸 사실로 읽습니다.

#입력 항목 하나가 전환을 깎는다

문의 폼이나 가입 폼의 항목 수와 완료율은 거의 반비례합니다. 특히 전화번호와 회사명에서 이탈이 큽니다.

그래서 첫 접촉에 꼭 필요한 것만 받고 나머지는 나중에 받습니다. 상담 중에 물으면 대부분 알려 줍니다.

필수와 선택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완료율이 달라집니다. 선택 항목은 비워 두는 사람이 많다는 걸 전제로 설계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항목에는 왜 필요한지를 옆에 적습니다. 이유가 보이면 이탈이 줄어듭니다.

#동의는 목적별로 받는다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과 보유 기간을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목적이 다르면 동의도 따로입니다.

문의 응대를 위한 수집과 마케팅 발송을 위한 수집은 다른 동의입니다. 하나로 묶어 받으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수 동의와 선택 동의를 구분합니다. 선택 동의를 안 하면 서비스를 못 쓰게 만들면 안 됩니다.

체크박스를 미리 체크해 두는 방식도 동의로 보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표시해야 합니다.

#민감한 정보는 아예 안 받는다

주민등록번호는 법에 근거가 있을 때만 받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거래에서는 근거가 없습니다.

건강, 사상, 노조 가입 같은 정보도 별도 규율을 받습니다. 사업상 필요 없으면 아예 받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카드번호와 계좌번호는 직접 보관하지 않습니다. 결제대행을 쓰면 우리가 들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보관하지 않는 정보는 유출될 수도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보안입니다.

#보유 기간을 정하고 지운다

「혹시 몰라서」 계속 두면 지워야 할 시점을 놓칩니다.

목적이 끝나면 지우는 게 원칙입니다. 문의 응대가 끝난 문의 정보, 탈퇴한 회원 정보가 그렇습니다.

법으로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거래 기록 등). 그 기간이 지나면 지웁니다.

실무적으로는 자동 삭제를 걸어 둡니다. 사람이 기억해서 지우는 방식은 반드시 밀립니다.

#어디에 있는지 목록을 만든다

개인정보는 한곳에만 있지 않습니다. 시스템, 엑셀, 메일함, 메신저, 누군가의 노트북.

사고가 나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그때 만들면 늦습니다.

그래서 항목 · 위치 · 접근 가능한 사람 · 보유 기간을 적은 표를 만들어 둡니다. 한 장이면 됩니다.

이 표를 만들다 보면 불필요한 사본이 여럿 나옵니다. 그것만 정리해도 위험이 크게 줍니다.

#접근 권한을 나눈다

전 직원이 전체 고객 정보를 볼 수 있는 상태가 흔합니다. 편하지만 위험합니다.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범위만 보게 나눕니다. 최소한 내려받기 권한은 따로 관리합니다.

엑셀로 내려받는 순간 통제를 벗어납니다. 가장 흔한 유출 경로가 여기입니다.

그리고 퇴사 시 계정 정리 절차를 만들어 둡니다. 살아 있는 계정이 가장 위험합니다.

#적게 모으는 게 경쟁력이다

정리하면 고객 정보는 적게 모으고, 짧게 두고, 좁게 여는 쪽이 안전하고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이건 방어만이 아닙니다. 항목이 적으면 폼이 짧아져 문의가 늘고, 데이터가 깨끗해져 판단이 빨라집니다.

많이 모아 둔 회사가 더 잘 아는 게 아닙니다. 쓰는 항목을 아는 회사가 더 잘 압니다.

그러니 다음에 폼을 손볼 때 항목을 더하지 말고 하나 뺄 것을 먼저 찾아보세요.

뺄 항목을 고르는 기준도 단순합니다. 최근 반년간 그 칸을 실제로 열어 본 적이 있는가.

이어서 읽기 → 모은 정보를 안전하게 두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