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회계 쪽에서 자료를 요청합니다. 그런데 그 요청에 답하는 것과 우리가 판단에 쓸 숫자를 닫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세금 신고용 숫자는 맞는데 「올해 뭐가 남았나」에 답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닫아야 할 것은 네 덩어리다
실무에서 필요한 것은 넷입니다. 매출, 재고, 미수·미지급, 그리고 채널별 손익.
앞의 셋은 회계에서 어차피 맞춥니다. 문제는 네 번째입니다. 어느 채널이 실제로 남았는지는 따로 계산해야 나옵니다.
수수료, 광고비, 반품, 배송비가 채널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합계만 보면 잘되는 채널이 못되는 채널을 가립니다.
그래서 연말에 꼭 한 번은 채널별로 쪼개서 봐야 합니다.
쪼개 보면 「매출 1위 채널이 이익은 꼴찌」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걸 모르면 내년 예산을 거꾸로 배분하게 됩니다.
#재고가 가장 많이 어긋난다
장부 재고와 실물 재고는 반드시 벌어집니다. 파손, 샘플 출고, 반품 미처리, 입력 누락이 쌓입니다.
그래서 연말 실사를 합니다. 전수가 어려우면 금액 상위 품목만이라도 셉니다.
그리고 차이가 났을 때 맞추고 끝내지 말고 원인을 적습니다. 원인이 반복되면 그게 고칠 지점입니다.
숫자만 맞추면 내년에 같은 크기로 또 벌어집니다.
#미수와 미지급을 분리한다
받을 돈과 줄 돈을 합쳐서 보면 현금 흐름이 안 보입니다.
미수는 기간별로 나눕니다. 30일 이내, 60일, 90일 초과. 90일을 넘긴 것은 회수 가능성을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미지급도 같습니다. 특히 연말에 몰리는 지급이 있는지 봅니다. 상여, 정산, 세금.
이 둘을 달력에 얹어 보면 1~2월 현금이 비는 구간이 보입니다. 그게 연말에 닫는 가장 실용적인 이유입니다.
특히 춘절 전 발주가 겹치면 나가는 돈이 몰립니다. 미리 보이면 조달이든 일정 조정이든 선택지가 있습니다.
#반품은 연말 이후에 들어온다
연말 매출에는 아직 반품이 안 들어온 건이 섞여 있습니다. 그대로 이익으로 보면 과대평가입니다.
그래서 작년 반품률을 기준으로 충당을 잡아 둡니다. 품목별 반품률이 있으면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12월 매출의 반품은 1월에 들어옵니다. 그걸 1월 실적으로 보면 1월이 억울해집니다.
기간 귀속을 어떻게 할지 정해 두면 매년 같은 논쟁을 안 합니다.
#1월에 몰아서 하면 늦는다
결산을 1월에 시작하면 자료를 모으는 데만 몇 주가 갑니다. 그리고 2월이 되면 내년 계획이 아니라 작년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1월에 항목과 양식을 정하고, 12월에 모으고, 1월 초에 닫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특히 실사와 거래처 잔액 확인은 상대가 있는 일이라 미리 알려야 합니다.
연말에 요청하면 상대도 바쁩니다. 11월에 보내면 대부분 응합니다.
#작년과 비교할 수 있게 만든다
올해 숫자만 있으면 좋은지 나쁜지를 알 수 없습니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판단이 됩니다.
그래서 작년과 같은 양식으로 만듭니다. 항목이 바뀌었으면 작년 것도 같은 기준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번거롭지만 한 번 맞춰 두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비교됩니다.
비교 항목은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매출, 매출총이익률, 채널별 비중, 재고 회전 넷이면 대부분의 판단이 됩니다.
#숫자를 한 장으로 줄인다
결산 자료가 열 장이면 아무도 안 봅니다. 그래서 한 장짜리 요약을 따로 만듭니다.
들어갈 것은 올해·작년 값과 차이, 그리고 차이가 난 이유 한 줄입니다.
이유를 적는 게 핵심입니다. 숫자만 있으면 해석이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한 장이 내년 계획의 첫 페이지가 됩니다.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집니다.
#닫는 과정에서 고칠 것이 보인다
결산을 하다 보면 왜 이 숫자를 지금에서야 아는가 하는 항목이 나옵니다.
그게 내년에 자동화하거나 주기를 당길 대상입니다. 연말에 발견한 것을 적어 두면 내년 결산이 훨씬 빨라집니다.
대개 두세 개입니다. 전부 고치려 하지 말고 가장 오래 걸린 것 하나만 고칩니다.
몇 해 반복하면 결산이 며칠에서 하루로 줄어듭니다. 그게 실제로 일어나는 개선입니다.
그리고 결산이 짧아지면 분기에 한 번씩 할 수 있게 됩니다. 1년에 한 번 보는 숫자는 판단에 쓰기엔 너무 늦습니다.
이어서 읽기 → 숫자가 어긋나는 자리는 정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