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증명서를 받는 것보다 어려운 게 그걸 계속 유효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첫 건은 대개 잘 됩니다. 문제는 두 번째, 세 번째부터입니다. 조건이 조금씩 바뀌는데 서류는 처음 것을 그대로 쓰기 때문입니다.
#공장이 자재를 바꾼다
원산지 판정은 원재료를 어디서 가져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공장은 단가나 수급 사정에 따라 자재 공급처를 바꿉니다.
바뀌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완성품 품질이 같으면 알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산지 판정은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주요 원재료 공급처 변경 시 사전 통보」 조항을 넣습니다. 품질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원산지 유지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환율이 판정을 바꾼다
부가가치 기준을 쓰는 품목은 역내 부가가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비율은 금액으로 계산됩니다.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오르거나 환율이 움직이면 같은 제품인데 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가가치 기준 품목은 여유를 두고 판정해야 합니다. 기준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으면 다음 배치에서 떨어집니다.
#중간에 다른 나라를 거치면 끊긴다
중국에서 출발했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해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 경유는 괜찮지만 그 나라에서 물건을 꺼내 다시 실으면 문제가 됩니다.
협정에는 직접운송 원칙이 있습니다. 경유지에서 보관·환적이 있었다면 그 나라 세관의 비가공증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포워더에게 경유 여부와 환적 여부를 미리 확인합니다. 운임이 싸서 잡은 경로가 관세 혜택을 날리면 손해입니다.
#제품이 조금 바뀌면 번호도 바뀐다
색상이나 사이즈를 추가하는 정도는 대개 괜찮습니다. 그런데 재질 구성이나 기능이 바뀌면 품목번호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번호가 달라지면 원산지 판정 기준도 달라집니다. 이전 서류가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개선할 때 「이 변경이 분류에 영향을 주는가」를 한 번 확인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물어보면 십 분이면 되는 일입니다.
#보관 기간이 생각보다 길다
원산지 관련 자료는 수년간 보관 의무가 있습니다. 협정과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5년 안팎입니다.
문제는 그 사이 담당자가 바뀐다는 점입니다. 메일함에만 있던 서류가 퇴사와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발주 건별로 폴더를 만들어 인보이스·패킹리스트·원산지증명서·근거자료를 한 곳에 모읍니다. 개인 계정이 아니라 회사 공용 저장소에요.
#공장과의 관계가 서류다
사후 검증이 오면 공장에서 자료를 받아야 합니다. 몇 년 전 거래처에요.
거래가 끊겼거나 담당자가 바뀌었으면 협조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거래 중일 때 근거자료를 미리 받아 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입니다.
받을 것은 자재명세서와 공정설명서 정도면 충분합니다. 발급 시점에 함께 요청하면 대개 순순히 줍니다. 나중에 따로 요청하면 이상하게 봅니다.
#소액이면 서류가 면제되기도 한다
금액이 일정 기준 이하면 원산지증명서 없이도 협정세율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협정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샘플이나 소량 시험 수입에서는 이 규정이 유용합니다. 다만 인보이스에 원산지 문구를 기재해야 하는 등 조건이 붙습니다.
주의할 것은 이걸 노리고 한 건을 여러 건으로 쪼개면 분할 신고로 보아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상 거래 범위에서만 씁니다.
#결국 한 장의 점검표
정리하면 발주마다 확인할 것은 네 가지입니다. 품목번호가 그대로인가, 자재 공급처가 그대로인가, 서류의 품명이 인보이스와 같은가, 근거자료를 받아 뒀는가.
네 줄짜리 점검표를 발주서에 붙여 두면 됩니다. 매번 새로 고민할 일이 아니라 한 번 만들어 계속 쓰는 것입니다.
관세 혜택은 한 건에서는 작아 보이지만 연간으로 쌓이면 인건비 한 명분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추징이 오면 그 몇 배가 한 번에 나갑니다. 점검표 네 줄의 값이 거기 있습니다.
처음부터 읽기 → 관세율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