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이야기를 하면 대개 품절을 걱정합니다. 잘 팔리는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를 힘들게 하는 쪽은 반대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건은 있는데 그게 안 팔리는 물건일 때입니다. 창고에 쌓인 재고는 현금이고, 그 현금이 묶여 있으면 잘 팔리는 상품을 못 채웁니다.

#품절보다 악성재고가 비싼 이유

품절의 손실은 못 번 이익입니다. 악성재고의 손실은 이미 나간 돈입니다. 크기가 다릅니다.

게다가 악성재고는 시간이 갈수록 커집니다. 보관료가 붙고, 시즌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원가 아래로 처분합니다. 처분할 때는 매입가가 아니라 그 시점의 시장가가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몇 개가 남았는가」가 아니라 「이 재고가 앞으로 며칠 치인가」여야 합니다. 같은 100개라도 하루 10개 팔리면 10일치고 하루 1개 팔리면 100일치입니다. 뒤쪽은 이미 문제입니다.

이 계산을 한 번도 안 해본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면 감으로 「좀 많은 것 같다」 수준에 머물고, 어느 상품이 얼마를 묶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다음 발주를 넣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에도 계속 커진다는 점입니다.

#재고를 줄이는 순서

전체를 한 번에 손대려 하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회전일수로 줄을 세웁니다. 상품별로 「현재 재고 ÷ 하루 평균 판매량」을 계산합니다. 엑셀 한 장이면 됩니다. 이 줄의 아래쪽 20%가 문제의 대부분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그 20%를 세 갈래로 나눕니다. 가격을 내리면 나갈 것, 묶어 팔면 나갈 것, 무엇을 해도 안 나갈 것. 세 번째는 빨리 인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끌수록 손실이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재발주 기준을 손봅니다. 이번에 정리해도 발주 방식이 그대로면 반년 뒤에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발주가 어긋나는 세 가지 이유

첫째, MOQ에 맞춰 발주합니다. 공장 최소 수량이 500개라 500개를 삽니다. 필요한 건 120개였는데요. 이때는 다른 곳을 찾거나, 다음 시즌 물량을 앞당겨 함께 사거나, 아예 안 하는 선택지를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MOQ는 조건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둘째, 단가 때문에 더 삽니다. 1,000개를 사면 개당 200원이 싸집니다. 그런데 그 1,000개가 8개월치라면, 아낀 20만 원보다 8개월간 묶이는 자금이 큽니다.

셋째, 잘 나가던 시점 기준으로 발주합니다. 광고를 세게 돌리던 달의 판매량을 평상시 판매량으로 착각합니다. 발주 기준은 광고 없이 나가는 양으로 잡고, 그 위는 별도로 계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 가지 모두 「지금 이 시점에 합리적으로 보이는 결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잘못된 판단이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 판단 기준이 상품 단위이고 자금 단위가 아니어서 생깁니다. 상품별로는 다 말이 되는데 합쳐 놓으면 현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발주 결재를 볼 때 한 줄만 추가하면 많이 달라집니다. 「이 발주로 묶이는 금액과 예상 소진 개월 수」입니다. 이 두 숫자가 나란히 있으면 MOQ나 단가 할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리드타임을 재고로 환산하기

해외에서 들여오면 발주부터 입고까지 대개 4~8주가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팔 물건은 이미 창고에 있어야 합니다. 리드타임이 길면 그만큼 재고를 더 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재고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리드타임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공장을 바꾸지 않아도 방법은 있습니다. 발주 주기를 짧게 자주 가져가거나, 자주 나가는 몇 개 품목만 국내 보관으로 돌리는 식입니다.

발주 주기를 짧게 가져가면 회당 운임이 올라갑니다. 대신 묶이는 자금과 잘못 산 물건의 양이 줄어듭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상품마다 다르므로, 전 품목을 한 방식으로 통일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회전이 빠른 소수만 짧은 주기로 돌려도 효과가 납니다.

정리하면, 재고 관리는 창고 이야기가 아니라 현금 이야기입니다. 몇 개가 있는지가 아니라 며칠치인지를 보고, 회전이 느린 쪽부터 손대고, 발주 기준을 함께 고치는 것. 이 세 가지면 대부분의 문제는 반년 안에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이어서 읽기 → 회전이 멈춘 재고를 정리하려면 결국 가격을 건드리게 됩니다. 그전에 확인할 것들을 가격을 내려도 안 팔릴 때에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