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쓰는 회사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견적서와 발주서만 오가고, 계약서는 상대가 보낸 양식에 서명하는 정도로 끝납니다.
거래가 잘 굴러가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계약서는 문제가 생긴 다음에만 읽힙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고칠 수 없습니다.
#품질 기준이 수치로 있는가
가장 자주 비어 있는 항목입니다. 「양호한 품질」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분쟁이 났을 때 판정 기준이 없습니다.
치수와 공차, 색상 코드, 허용 불량률을 숫자로 적습니다. 그리고 승인 샘플을 계약서의 일부로 명시합니다. 「별첨 승인 샘플과 동일할 것」 한 줄이면 됩니다.
허용 불량률은 특히 중요합니다. 이게 없으면 몇 퍼센트까지가 정상인지를 사고가 난 뒤에 협상하게 됩니다.
#납기 지연에 대가가 있는가
납기가 적혀 있어도 어겼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가 없으면 그 날짜는 희망사항입니다.
지연 배상 조항을 넣습니다. 일당 계약금액의 몇 퍼센트, 상한은 얼마 식으로요. 금액이 크지 않아도 됩니다. 조항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선순위를 바꿉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납기인지를 명확히 합니다. 생산 완료일인지 선적일인지 도착일인지에 따라 몇 주가 차이 납니다.
#수량과 단가가 확정돼 있는가
「약 1,000개」처럼 적힌 계약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950개가 오면 다툴 근거가 없습니다.
수량 과부족 허용 범위를 숫자로 적습니다. ±3% 이내처럼요. 그리고 초과분의 대금을 어떻게 할지도 함께 정합니다.
단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자재 가격 변동 시 조정 조항이 있다면 기준 지표와 조정 폭이 명시돼 있어야 합니다. 「협의한다」로 끝나면 매번 협의가 아니라 통보가 옵니다.
#검사 시점과 방법이 정해져 있는가
물건을 받고 나서 언제까지 검사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없으면, 나중에 「너무 늦게 말했다」는 반박이 나옵니다.
그래서 검사 기간을 적습니다. 도착 후 몇 일 이내, 서면 통지, 사진 첨부 같은 형식까지요. 기간이 짧게 잡혀 오는 계약서는 늘려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적 전 검사권을 넣어 둡니다. 우리 또는 우리가 지정한 업체가 출고 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실제로 매번 쓰지 않더라도 이 권리가 있고 없고는 다릅니다.
#문제가 생기면 무엇을 해 주는가
불량이 확인됐을 때 재생산인지 환불인지 감액인지를 미리 정해 둡니다. 정해져 있지 않으면 매번 협상이고, 협상은 시간이 걸립니다.
실무적으로는 단계를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불량률 구간에 따라 감액, 재작업, 전량 교체로 나누는 식입니다.
그리고 불량품 처리 비용을 누가 내는지도 적습니다. 반송 운임이 물건값보다 비싼 경우가 흔해서, 이 한 줄이 실제 손실을 좌우합니다.
#어디서 다툴 것인가
준거법과 분쟁 해결 장소는 대개 상대 양식에 상대 나라로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서명합니다.
이건 실제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상대국 법원에서 다투려면 현지 변호사와 번역 비용이 듭니다. 금액이 크지 않은 분쟁이면 포기하게 됩니다.
협상이 어려우면 중재를 제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3국 중재기관을 지정하면 양쪽 다 홈그라운드가 아니게 되어 합의가 쉽습니다.
#금형과 디자인은 누구 것인가
우리 도면으로 만들었어도 금형 소유권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공장이 가져갑니다. 그러면 다른 공장으로 옮기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입니다.
금형비를 우리가 냈다면 소유권과 반환 의무를 적습니다. 공장이 부담했다면 상각 조건과 이후 귀속을 정합니다.
그리고 제3자 공급 금지 조항도 넣습니다. 우리 디자인으로 만든 물건이 다른 곳에 팔리는 일이 실제로 자주 생깁니다.
#계약서는 협상 도구이기도 하다
이런 조항을 요구하면 관계가 나빠질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된 조항을 요구하는 고객은 「이 회사는 제대로 한다」는 신호를 줍니다. 그리고 그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상대를 판단하는 재료가 됩니다.
전부 관철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느 항목을 양보했는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채로 서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어서 읽기 → 클레임이 생겼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