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회사는 엑셀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당 기간 엑셀로 충분합니다. 엑셀이 나쁜 도구여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엑셀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쓰기 시작할 때 생깁니다. 그때부터 파일이 늘어나고, 어느 게 최신인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게 됩니다.
#한계가 왔다는 신호
바꿔야 할 시점은 대개 이런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 파일 이름에 날짜와 「최종」이 붙어 있고, 그런 파일이 여러 개다
- 같은 숫자를 두 사람이 서로 다르게 말한다
- 월말 정리에 며칠이 걸린다
- 특정 한 사람만 그 파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위험합니다. 사람이 시스템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업무가 멈춥니다.
반대로 혼자 쓰고, 월말 정리가 반나절이면 끝나고, 숫자에 다툼이 없다면 아직 바꿀 때가 아닙니다. 시스템 도입은 그 자체로 비용과 시간을 씁니다.
판단이 애매하면 숫자로 봅니다. 「이 파일을 다루는 데 매주 몇 시간을 쓰는가」를 한 달만 적어 봅니다. 주 5시간을 넘어가면 대개 바꿀 시점이고, 그 미만이면 급하지 않습니다. 감으로 결정하면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습니다.
#전부 바꾸려다 실패한다
한계를 느끼면 「제대로 된 시스템을 하나 도입하자」가 됩니다. 그리고 이 결정이 자주 실패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 엑셀에서 벌어지는 일 중 문서로 정리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예외가 있고 어떤 경우에 수기로 고치는지가 사람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그 상태로 요건을 정의하면 실제와 다른 시스템이 나옵니다.
그래서 도입 자체보다 지금 하는 일을 있는 그대로 적어 보는 단계가 먼저입니다. 이 단계에서 「이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이었다」가 꽤 나옵니다.
적는 방식도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한 업무당 「무엇을 받아서, 무엇을 보고, 어디에 적는가」 세 줄이면 됩니다. 열 개 업무면 서른 줄입니다. 이 서른 줄이 나중에 견적서의 정확도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 문서는 시스템을 안 넣기로 결정하더라도 남습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 인수인계 문서가 되고, 사람이 시스템인 상태에서 한 발 벗어나게 해 줍니다.
#한 군데만 먼저 옮긴다
실패 확률을 크게 낮추는 방법은 범위를 하나로 좁히는 것입니다.
고르는 기준은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아니라 「가장 자주 반복되고, 규칙이 명확하고, 틀려도 복구 가능한 업무」입니다. 주문 취합이나 재고 수량 기록 같은 것들입니다.
여기서 한 번 성공하면 두 가지를 얻습니다. 실제로 돌아가는 사례가 생기고, 구성원이 「바꾸면 편해진다」를 경험합니다. 두 번째가 다음 단계의 성패를 가릅니다. 시스템 도입이 실패하는 이유의 절반은 기술이 아니라 안 쓰는 것입니다.
기간도 짧게 잡습니다. 4~6주 안에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는 범위가 적당합니다. 반년짜리 계획은 중간에 담당자도 바뀌고 우선순위도 바뀝니다.
#엑셀을 아예 버릴 필요는 없다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시스템을 넣으면 엑셀을 안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역할이 나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보고 고치는 기록은 시스템으로 갑니다. 한 사람이 그때그때 계산해 보는 분석은 엑셀이 더 빠릅니다. 이 구분을 안 하고 전부 시스템에 넣으려 하면 오히려 불편해집니다.
도구를 고를 때도 이 구분이 기준이 됩니다. 「엑셀로 내보내기가 되는가」는 생각보다 중요한 조건입니다. 기록은 시스템에 두더라도, 급한 분석은 결국 엑셀에서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보내기가 불편한 도구는 몇 달 뒤에 불만의 원인이 됩니다.
반대로 엑셀에서 시스템으로 넣기도 봐야 합니다. 거래처가 엑셀로 주문서를 보내오는 구조라면, 그걸 매번 손으로 옮겨 적어야 하는 시스템은 일을 줄여주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판단해야 할 것은 「엑셀이냐 시스템이냐」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가 여러 사람의 것이 되었는가」입니다. 그 데이터부터 옮기면 됩니다. 그리고 옮기기 전에, 그 데이터가 옮길 만한 상태인지를 봐야 합니다.
이어서 읽기 → 옮길 데이터를 정했다면 그다음은 그 데이터가 옮길 만한 상태인지입니다. 시스템을 붙이기 전에 정리해야 할 데이터에서 네 가지 확인 항목을 다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