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대개 가장 힘든 업무부터 떠올립니다. 제일 오래 걸리고 제일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일이요.
그런데 그 업무가 힘든 이유는 대개 판단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고, 판단이 많은 일이 정확히 AI가 가장 못하는 일입니다. 첫 시도가 여기서 어긋납니다.
#고를 때 보는 세 가지 축
붙일 업무를 고를 때는 반복 횟수·규칙의 명확성·틀렸을 때의 비용을 봅니다.
반복이 많을수록 효과가 크고, 규칙이 명확할수록 정확도가 나오고, 틀렸을 때 되돌릴 수 있을수록 시작이 쉽습니다. 세 축이 모두 좋은 업무부터 시작합니다.
세 번째 축을 특히 봐야 합니다. 아무리 반복이 많아도 틀리면 고객에게 바로 나가는 일이면 첫 대상이 아닙니다. 사람이 한 번 보고 내보내는 구조로 바꿀 수 있을 때만 후보가 됩니다.
#실제로 잘 맞는 자리들
현장에서 효과가 확실한 쪽은 대개 「사람이 읽고 옮겨 적는 일」입니다.
- 거래처가 보내온 주문서·견적서에서 항목을 뽑아 정리
- 긴 문서를 요약해 담당자가 볼 수 있는 형태로 줄이기
- 한중일 오가는 메일·문서의 1차 번역
- 문의 내용을 유형별로 분류해 담당자에게 배정
공통점은 결과를 사람이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틀리면 바로 보이고, 고치는 데 몇 초면 됩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정확도가 90%만 돼도 충분히 이득입니다.
#도구를 고르기 전에 데이터를 본다
어떤 서비스를 쓸지는 마지막 문제입니다. 먼저 볼 것은 그 업무에 필요한 자료가 지금 어떤 형태로 있는가입니다.
PDF 스캔본만 있고 원본 데이터가 없으면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사내 규칙이 문서로 없으면 기준을 알려줄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도구를 바꿔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입 검토의 절반은 자료 점검입니다. 여기서 「아직 아니다」가 나오면 그 판단 자체가 성과입니다. 안 되는 걸 몇 달 붙들고 있는 것보다 낫습니다.
#안 맞는 자리도 분명하다
반대로 맥락이 사람 머릿속에만 있는 일은 아직 어렵습니다. 「이 거래처는 이렇게 해 줘야 한다」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틀린 걸 아무도 모르는 일이 가장 위험합니다. 숫자를 계산해 보고서에 넣는 작업을 통째로 맡기면, 틀려도 몇 달 뒤에나 발견됩니다. 그사이 결정이 그 숫자 위에 쌓입니다.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결과를 누가 언제 확인하는가. 답이 없으면 그 자리는 아직 아닙니다.
#사람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도입 목적을 인건비 절감으로 잡으면 대개 실패합니다. 실제로 줄어드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그 일에 쓰던 시간이고, 그 시간이 다른 일로 가야 이득이 됩니다.
그리고 절감이 목표가 되면 현장이 협조하지 않습니다. 자기 일을 없애는 일에 협조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 도입 실패의 상당수가 기술이 아니라 여기서 납니다.
그래서 첫 대상을 고를 때 담당자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을 고르면 도입이 훨씬 수월합니다. 같은 효율이라면 저항이 없는 쪽이 낫습니다.
#정확도 100%를 기다리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으면 못 쓴다」는 판단이 도입을 계속 미루게 만듭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이 하는 일도 100%가 아닙니다.
비교 대상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현재 상태입니다. 사람이 하루 200건을 처리하며 내는 오류율과 비교해야 판단이 됩니다.
그리고 대개는 사람 + 확인 구조가 답입니다. 초안을 기계가 만들고 사람이 훑는 방식이요. 이 조합이 순수한 사람보다도, 순수한 자동화보다도 낫습니다.
#작게 시작해 숫자를 남긴다
첫 적용은 2~4주 안에 결과가 보이는 크기로 자릅니다. 그리고 시작 전에 현재 소요 시간을 재 둡니다.
이 숫자가 없으면 나중에 「좋아진 것 같다」 이상을 말할 수 없습니다. 주당 몇 시간에서 몇 시간으로가 있어야 다음 예산이 나옵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반복·규칙·위험으로 후보를 추리고, 결과를 사람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고르고, 저항이 적은 업무로 시작하고, 시작 전에 현재 숫자를 재 둔다.
이어서 읽기 → 도입은 했는데 아무도 안 쓸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