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붙이기로 했다면 다음 질문은 「무엇을 쓸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데이터가 옮길 만한 상태인가」입니다.
이 확인을 건너뛰면 도입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데이터 정리에 잡아먹힙니다. 그리고 그 작업은 대개 예상의 두세 배가 걸립니다.
#같은 것이 여러 이름으로 있다
가장 흔한 문제입니다. 같은 거래처가 「(주)한빛」, 「한빛」, 「한빛상사」로 세 번 들어가 있습니다. 사람은 같은 곳인 줄 압니다. 기계는 모릅니다.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상품이 담당자에 따라 다른 코드로 기록돼 있으면, 합쳐서 본 판매량은 틀린 숫자입니다. 그 숫자로 발주하면 발주도 틀립니다.
그래서 첫 작업은 「무엇을 하나로 볼 것인가」를 정하는 일입니다. 거래처, 상품, 담당자. 각각에 대해 유일한 식별자를 하나씩 정하고 나머지는 별칭으로 붙입니다. 지루하지만 이걸 안 하면 뒤가 전부 흔들립니다.
작업을 줄이는 요령은 있습니다. 전체를 다 맞추려 하지 말고 거래 건수 상위 항목부터 손댑니다. 대개 거래처의 20%가 거래의 80%를 만듭니다. 그 20%만 정리해도 집계는 쓸 만해집니다. 나머지는 쓰면서 하나씩 붙입니다.
#한 칸에 두 가지가 들어 있다
「비고」 칸을 열어보면 배송 요청, 클레임 내용, 결제 조건이 뒤섞여 있습니다. 사람이 읽으면 구분이 되지만 집계는 안 됩니다.
날짜도 자주 문제가 됩니다. 「2026-03-04」, 「26.3.4」, 「3월 4일」이 한 열에 섞여 있으면 기간 계산이 안 됩니다. 수량 칸에 「10박스」처럼 단위가 같이 적혀 있는 경우도 같습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한 칸에는 한 가지만, 형식은 전부 같게. 이 두 가지만 지켜도 나중에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됩니다.
정리할 때는 원본을 그대로 두고 사본에서 작업합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본을 직접 고치다가 되돌리지 못하는 사고가 꽤 납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같은 파일을 열어 두고 있을 때 그렇습니다.
이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는 현장에서 그게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급할 때는 비고 칸에 한 줄 적는 게 제일 빠릅니다. 그래서 규칙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안 지켜지고, 자주 쓰는 항목을 아예 별도 칸으로 빼 줘야 합니다. 「적지 말라」가 아니라 「적을 자리를 만들어 준다」가 실제로 작동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다 옮길 필요는 없다
「5년치를 다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프로젝트를 무겁게 만듭니다. 실제로 필요한 건 대부분 최근 1~2년입니다.
그전 데이터는 정리 비용이 크고, 정리해도 지금 판단에 잘 안 씁니다. 그래서 기준일을 정하고 그 이후만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과거 파일은 참조용으로 그대로 보관하면 됩니다.
대신 옮기기로 한 구간은 빠짐없이 옮깁니다. 중간이 비어 있으면 그 데이터로는 아무 집계도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기준일을 정할 때는 회계연도나 시즌 경계에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분기 중간을 자르면 그 기간의 집계가 두 곳에 나뉘어 비교가 안 됩니다.
#정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장 자주 벌어지는 일은 이겁니다. 데이터를 깨끗하게 정리해서 올렸는데, 반년 뒤에 다시 지저분해져 있습니다.
입력하는 방식을 안 바꿨기 때문입니다. 거래처명을 자유 입력으로 두면 또 세 가지 이름이 생깁니다. 그래서 정리 작업의 마지막은 「같은 문제가 다시 안 생기게 입력 방식을 고치는 것」이어야 합니다. 선택 목록으로 바꾸고, 형식을 강제하고, 필수 항목을 지정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점검 주기를 하나 더합니다. 분기에 한 번, 중복 거래처와 빈 칸이 얼마나 생겼는지 세어 봅니다. 십 분이면 끝나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잡힙니다. 이 습관이 없으면 결국 몇 년 뒤에 같은 정리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무엇을 하나로 볼지 정하고, 한 칸에 한 가지만 담고, 옮길 구간을 좁게 정하고, 입력 방식을 함께 고칩니다. 이 네 가지가 끝나 있으면 어떤 도구를 고르든 도입은 대체로 순조롭습니다. 도구 선택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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