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에서 돈을 떼이는 방식은 생각보다 몇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수법이 정교해서 당하는 게 아니라, 확인 절차가 없어서 당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몇 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안 해서 생깁니다. 유형을 알아 두면 그 몇 분을 쓰게 됩니다.
#계좌가 바뀌었다는 연락
가장 흔하고 금액이 큽니다. 정상 거래를 하던 중에 「계좌가 변경됐으니 새 계좌로」라는 메일이 옵니다. 발신 주소는 평소와 한두 글자만 다릅니다.
메일 계정이 뚫렸거나 비슷한 도메인을 만든 경우입니다. 이전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기 때문에 읽어서는 구분이 안 됩니다.
규칙 하나면 막힙니다. 계좌 정보가 바뀌면 반드시 전화로 확인한다. 그것도 메일에 적힌 번호가 아니라 원래 알고 있던 번호로요. 예외를 두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샘플만 받고 사라지는 바이어
수출 쪽에서 생깁니다. 대량 발주를 암시하며 고가 샘플을 무상으로 요구하고, 받은 뒤 연락이 끊깁니다.
그래서 샘플은 운임을 상대가 부담하게 합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이 조건 하나로 진짜와 가짜가 상당히 갈립니다. 진짜 바이어는 운임을 냅니다.
샘플 자체가 고가라면 샘플비를 받고 본 발주 시 차감하는 방식을 씁니다. 상대가 이 조건을 거부하면 그 시점에 판단이 섭니다.
#서류만 보내고 대금을 안 주는 경우
물건을 보냈는데 잔금이 안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상대는 「물건에 문제가 있다」며 감액을 요구하고, 우리는 이미 배가 떠난 뒤입니다.
그래서 선하증권 원본을 대금 수령 전에 넘기지 않습니다. 원본이 있어야 물건을 찾을 수 있으므로 이게 실질적인 담보입니다.
은행을 통한 D/P 방식을 쓰면 이 구조가 자동으로 만들어집니다. 대금을 내야 서류가 넘어갑니다. 수수료가 붙지만 첫 거래에서는 검토할 만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회사
홈페이지도 있고 사업자 정보도 있는데 실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요즘은 홈페이지를 만드는 비용이 거의 안 들어서 겉만으로는 판단이 안 됩니다.
확인 방법은 공적 등록 정보를 직접 조회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기업신용정보 공시 시스템, 일본은 법인번호 공표 사이트에서 설립일과 자본금을 볼 수 있습니다.
설립한 지 몇 달 안 된 회사, 주소가 사무실이 아닌 곳, 등록 업종과 판매 품목이 안 맞는 경우는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금액이 크면 유료 신용조사도 검토합니다.
#유난히 좋은 조건
시세보다 뚜렷하게 싸거나, 선금 없이 물건을 먼저 보내주겠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상식적으로 상대가 손해인 구조면 이유가 있습니다.
대개 첫 거래에서 신뢰를 쌓고 금액이 커졌을 때 가져가는 패턴입니다. 그래서 초기 몇 건이 정상이었다는 게 안전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래 금액이 커지는 시점에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신용조사든 현지 방문이든요. 관계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절차를 생략하는 게 가장 위험합니다.
#결제 직전에 서두르게 만든다
공통된 신호입니다. 「오늘까지 안 보내면 생산이 밀린다」처럼 판단할 시간을 없애려 합니다.
정상 거래에서는 하루 이틀 늦어져도 대개 문제가 없습니다. 급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확인을 막으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내 규칙으로 일정 금액 이상 송금은 최소 하루 뒤에 집행하도록 정해 둡니다. 이 하루가 대부분의 사고를 막습니다.
그리고 사내에 두 사람이 확인하는 절차를 둡니다. 한 사람이 송금을 준비하고 다른 사람이 계좌를 대조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혼자 처리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주의해도 언젠가 한 번은 놓칩니다.
#당했을 때 무엇을 하는가
가장 먼저 은행에 즉시 연락합니다. 송금이 완료되기 전이거나 상대 은행에서 인출 전이면 정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증거를 정리합니다. 메일 전문, 송금 내역, 계약서, 통화 기록. 나중에 모으려면 흩어져서 못 찾습니다.
현실적으로 회수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후 대응보다 앞의 여섯 가지가 실질적인 대책입니다. 한 번 당하면 그해 이익이 사라지므로, 확인에 드는 몇 분은 언제나 남는 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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