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에서 분쟁이 나는 지점은 대개 품질이 아니라 돈의 시점입니다.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의 문제입니다.
파는 쪽은 돈을 먼저 받고 싶고 사는 쪽은 물건을 먼저 보고 싶습니다. 결제 조건은 그 위험을 나누는 장치입니다.
#전액 선금과 전액 후불 사이
전액 선금은 파는 쪽에 유리하고, 전액 후불은 사는 쪽에 유리합니다. 그리고 둘 다 한쪽이 전부 떠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나눕니다. 계약금 30% · 출고 전 검사 후 40% · 도착 확인 후 30% 같은 형태입니다.
비율보다 중요한 건 어느 사건에 걸려 있는가입니다. 날짜가 아니라 검사·출고·도착 같은 확인 가능한 사건에 걸어야 합니다.
「30일 후」처럼 날짜로만 걸면 물건에 문제가 있어도 돈이 나갑니다.
#잔금이 남아 있어야 일이 끝난다
전액을 미리 주면 마지막 단계가 잘 안 끝납니다. 서류, 라벨, 마감 수정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잔금을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파는 쪽이면 잔금 지급 조건을 명확히 적습니다. 「만족 시」 같은 주관적 표현은 회수를 어렵게 만듭니다.
검사 기준과 기한을 숫자로 적어야 돈이 언제 들어오는지가 정해집니다.
#신용장이 필요한 순간
금액이 커지고 상대를 잘 모를 때 쓰는 것이 신용장(L/C)입니다. 은행이 중간에 서서 서류와 돈을 맞바꿉니다.
비용과 절차가 있지만, 수천만 원 이상의 첫 거래에서는 그 비용이 보험료로 쌉니다.
다만 신용장은 서류를 보증하지 물건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서류가 맞으면 돈이 나갑니다.
그래서 신용장을 쓰더라도 선적 전 검사는 따로 넣어야 합니다. 이 둘은 다른 장치입니다.
#첫 거래에서 양보하면 안 되는 것
조건은 대부분 협상 가능하지만, 몇 가지는 첫 거래에서 지켜야 합니다.
첫째, 법인 계좌로만 송금합니다. 개인 계좌 요청은 가장 흔한 사기 신호입니다.
둘째, 계좌 정보가 메일로 갑자기 바뀌면 반드시 전화로 확인합니다. 메일 해킹 후 계좌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이 흔합니다.
셋째, 전액 선금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금액을 줄여서라도 나눠야 합니다.
#소액으로 먼저 한 번 돌린다
가장 확실한 위험 관리는 작게 한 번 해 보는 것입니다. 조건이 좋아도 처음부터 크게 걸지 않습니다.
한 번 돌려 보면 납기를 지키는지, 서류를 제때 주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다 드러납니다.
이 정보는 어떤 신용 조사보다 정확합니다. 그리고 비용이 거래액만큼만 듭니다.
반대로 첫 거래를 크게 걸면 그 정보를 가장 비싸게 사게 됩니다.
#상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
회사 등기, 사업자 등록, 실제 주소, 웹사이트 이력 정도는 확인합니다. 몇십 분이면 됩니다.
전시회에서 만났다면 부스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근거입니다. 다만 충분한 근거는 아닙니다.
가능하면 화상으로 공장을 보여 달라고 요청합니다. 거절하거나 계속 미루면 그 자체가 정보입니다.
그리고 기존 거래처 연락처를 물어봅니다. 실적이 있는 곳은 대개 알려 줍니다.
알려 준 곳에 실제로 연락해 보는 것까지가 확인입니다. 목록만 받고 안 걸어 보면 확인한 게 아닙니다.
#문서로 남기지 않으면 조건이 없는 것이다
메신저로 합의한 조건은 분쟁이 나면 근거가 약합니다. 특히 상대가 부인하면 어렵습니다.
그래서 합의한 내용은 계약서나 최소한 발주서에 적습니다. 품목·수량·단가·납기·결제 조건·불량 처리.
영문과 국문을 함께 만들고, 다르면 어느 쪽이 우선인지를 적어 둡니다.
길 필요 없습니다. 한 장짜리 발주서도 없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조건은 관계에 따라 완화한다
처음에는 보수적으로 잡고, 거래가 쌓이면 서서히 푸는 것이 순서입니다.
몇 번 문제없이 돌아간 뒤에 선금 비율을 낮추거나 후불을 주면, 상대도 관계를 지키려 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관대하면 풀어 줄 카드가 없습니다. 협상 여지를 남겨 두는 것도 설계입니다.
그리고 조건을 바꿀 때마다 문서를 갱신합니다. 구두로 바뀐 조건은 다음 담당자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는 시점이 특히 위험합니다. 문서에 없는 합의는 그 순간 사라집니다.
처음부터 읽기 → 환율은 어디서 마진을 먹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