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가 들어왔는데 견적을 보내는 데 사흘이 걸립니다. 그 사이 고객은 다른 곳에서 답을 받습니다.

견적이 느린 이유를 물으면 대개 「계산할 게 많아서」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간을 재 보면 계산에 쓰는 시간은 얼마 안 됩니다. 나머지는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대부분은 기다리는 시간이다

한 건의 견적이 나가기까지 무슨 일이 있는지 적어 보면 대개 이렇습니다. 문의 확인, 담당 배정, 사양 재확인, 단가 확인 요청, 회신 대기, 계산, 검토 요청, 승인 대기, 발송.

이 중 실제 작업은 계산 하나이고 나머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멈춰 있는 구간입니다. 각 구간이 반나절씩만 걸려도 사흘이 됩니다.

그래서 빠르게 만드는 첫걸음은 계산을 자동화하는 게 아니라 멈추는 구간을 세는 것입니다. 한 달치만 기록해 보면 어디서 시간이 가는지 명확해집니다.

#단가가 한 곳에 없다

가장 흔한 병목입니다. 원가는 구매팀이, 운임은 물류가, 할인 권한은 영업팀장이 알고 있습니다. 한 건의 견적에 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자리에 없거나 바쁘면 그대로 멈춥니다. 담당자가 휴가라도 가면 그 주는 견적이 안 나갑니다.

그래서 자동화보다 먼저 할 일은 단가표를 한 곳에 모으는 것입니다. 엑셀 한 장이어도 됩니다. 이것만으로 사흘이 반나절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매번 처음부터 만든다

지난달에 비슷한 견적을 냈는데 어디 있는지 못 찾아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자 메일함이나 개인 PC에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견적이 한 곳에 쌓여 있으면 비슷한 건을 복사해 수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계산 시간이 아니라 판단 시간만 듭니다.

이건 앞서 다룬 문서 관리와 같은 얘기입니다. 날짜·거래처·품목으로 이름을 붙여 공용 폴더에 두면 검색으로 찾습니다. 견적 자동화의 절반은 여기서 해결됩니다.

#승인 단계가 실제로 필요한가

모든 견적이 팀장 승인을 거치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반려율을 세어 보면 1~2%도 안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즉 98%의 견적이 승인을 기다리느라 하루씩 늦어집니다. 통제의 값보다 지연의 값이 큽니다.

그래서 금액과 할인율로 기준을 나눕니다. 「할인 10% 이내, 금액 얼마 이하는 담당자 재량」처럼요. 나머지만 승인을 거치게 하면 대부분이 바로 나갑니다.

#사양이 확정되지 않은 채 온다

고객 문의가 「이런 거 얼마예요」 수준이면 되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왕복에 며칠이 갑니다.

그래서 문의 폼에 견적에 꼭 필요한 항목을 미리 넣습니다. 수량, 사양, 납기, 배송지 정도면 대부분 커버됩니다. 앞서 다룬 「항목을 줄여라」와 충돌하는 것 같지만 다릅니다 — 없으면 진행이 안 되는 항목은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애매한 문의에는 구간 견적을 먼저 보냅니다. 「이 조건이면 얼마, 저 조건이면 얼마」로요. 정확하지 않아도 반응 속도가 훨씬 중요한 단계입니다.

#언제까지 준다고 말했는가

견적이 늦어도 언제 준다고 말해 두면 고객은 기다립니다. 문제는 아무 말 없이 사흘이 가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문의를 받으면 당일에 접수 회신을 보냅니다. 「확인 중이며 O일까지 드리겠습니다」 한 줄이면 됩니다. 이것만으로 이탈이 크게 줄고, 그 사이 경쟁사 견적이 와도 비교 대상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이 약속을 지키는지 기록으로 남깁니다. 약속한 날짜와 실제 발송일을 함께 적으면, 어느 유형의 견적이 자꾸 늦는지가 드러납니다.

#먼저 재고 나서 손댄다

정리하면 견적이 느린 이유는 계산이 아니라 단가 확인, 과거 자료 검색, 승인 대기, 사양 재확인 네 가지입니다.

넷 다 자동화 없이 줄일 수 있습니다. 단가표를 모으고, 견적을 한 폴더에 쌓고, 승인 기준을 나누고, 문의 폼을 고치는 것. 도구를 사기 전에 여기까지 해보면 대개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규칙이 문서로 남습니다. 그게 다음 단계인 자동 산출의 전제 조건입니다. 규칙이 사람 머릿속에만 있으면 자동화할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이어서 읽기 → 견적을 규칙으로 만드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