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을 자동으로 뽑으려면 먼저 지금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지가 글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건 담당자 머릿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화 프로젝트가 요건 정의에서 멈춥니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려는데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 규칙을 먼저 적고, 도구는 나중입니다.

#지난 견적 서른 건을 펼친다

규칙을 처음부터 설계하려 하면 안 나옵니다. 대신 실제로 나간 견적을 놓고 거꾸로 읽습니다.

각 건에서 최종 가격이 어떻게 나왔는지 분해합니다. 기준 단가에서 무엇이 더해지고 무엇이 빠졌는지요. 서른 건이면 패턴이 보입니다. 대개 대여섯 개의 규칙이 90%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10%가 진짜 예외입니다. 이걸 규칙에 넣으려 하면 규칙이 복잡해져서 아무도 못 씁니다. 예외는 예외로 두고 사람이 처리하는 게 맞습니다.

#계산식과 판단을 나눈다

견적에는 두 종류가 섞여 있습니다. 계산식은 수량이 얼마면 단가가 얼마처럼 답이 정해진 것이고, 판단은 이 고객이니까 좀 깎아준다처럼 사람이 정하는 것입니다.

자동화할 수 있는 건 앞쪽뿐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엑셀 한 칸에 섞여 있으면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지가 안 보입니다.

그래서 규칙을 적을 때 두 칸으로 나눕니다. 「자동으로 나오는 금액」과 「담당자가 조정한 금액」. 나눠 놓으면 조정이 실제로 얼마나 일어나는지도 보입니다. 생각보다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할인 권한을 숫자로 적는다

「알아서 적당히」가 가장 자동화하기 어려운 규칙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해도 매번 결과가 다릅니다.

그래서 할인을 조건과 폭으로 적습니다. 수량 구간별로 몇 퍼센트, 재구매 고객이면 몇 퍼센트, 그 이상은 승인 필요. 이렇게 적어 놓으면 담당자가 헤매지 않고 고객 간 형평도 생깁니다.

적어 보면 기존에 주던 할인이 일관성이 없었다는 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자체가 정리할 거리입니다.

#버전과 유효기간을 붙인다

단가는 바뀝니다. 원자재가 오르거나 환율이 움직이면요. 그런데 규칙표에 언제부터 유효한지가 없으면 옛 단가로 견적이 나갑니다.

그래서 표에 적용 시작일과 개정 이력을 답니다. 그리고 견적서에도 유효기간을 반드시 적습니다. 「본 견적은 발행일로부터 30일간 유효」 한 줄이면 됩니다.

이게 없으면 반년 전 견적을 들고 와서 그 가격에 달라는 상황이 생깁니다. 거절할 근거가 서류에 없으면 관계 문제로 번집니다.

#환율과 원가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수입 상품이면 원가가 환율에 따라 움직입니다. 매번 환율을 넣어 계산하면 정확하지만 규칙이 복잡해지고 고객에게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많이 쓰는 방식은 보수적인 기준 환율을 고정해 두고 일정 구간을 벗어날 때만 개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예측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와 같은 접근입니다.

그리고 개정 주기를 미리 알립니다. 「분기 첫 영업일에 단가표를 갱신한다」처럼요. 예고 없이 오르면 신뢰가 깎이지만, 정해진 주기면 거래처도 준비합니다.

#규칙표는 그 자체로 자산이다

이 작업의 결과물은 자동화 요건서가 아니라 한 장짜리 견적 규칙표입니다. 그리고 이건 자동화를 안 하더라도 값을 합니다.

신입이 들어와도 이 표를 보고 견적을 낼 수 있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도 견적이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이 시스템인 상태에서 한 발 벗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표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도구를 고르는 건 그다음이고, 표가 없는 상태에서 도구부터 고르면 대부분 요건 정의에서 멈춥니다.

마지막으로 이 표는 영업과 구매가 함께 봐야 합니다. 영업만 보면 팔기 좋은 쪽으로, 구매만 보면 안전한 쪽으로 기웁니다. 분기에 한 번 두 쪽이 같이 앉아 실제 성사율과 마진을 놓고 조정하면, 규칙표가 현실과 어긋나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어서 읽기 → 자동 산출을 붙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