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 명함을 50장 넘게 받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어느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섞입니다.
정리를 나중에 하려고 미루면 이틀치가 엉키고 그 시점부터 기록의 가치가 사라집니다. 현장에서 쓰는 30초와 저녁에 쓰는 20분이 전부입니다.
#명함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남는다
명함에는 회사명과 연락처만 있습니다. 무슨 품목이었는지, 얼마였는지, 인상이 어땠는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필요한 건 그쪽입니다.
그래서 부스를 떠나기 전에 명함을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에 메모를 답니다. 대부분의 휴대폰 사진 앱에서 캡션이나 메모를 달 수 있습니다.
적을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품목, 단가 구간, MOQ, 회피한 질문, 다음 액션. 30초면 되고, 이게 없으면 그 명함은 종이일 뿐입니다.
#사진을 많이 찍되 규칙을 둔다
제품 사진은 많이 찍게 됩니다. 문제는 돌아와서 어느 제품이 어느 부스 것인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둡니다. 제품을 찍기 전에 부스 번호판을 먼저 찍는다. 그러면 사진 순서만으로 구분이 됩니다.
그리고 가격표나 사양표가 붙어 있으면 반드시 찍습니다. 나중에 메일로 물어보면 다른 숫자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현장 사진이 있으면 근거가 됩니다.
#카탈로그는 최소한만 받는다
받기 시작하면 가방이 금세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돌아와서 안 봅니다.
종이 카탈로그는 정말 필요한 곳만 받고, 나머지는 표지와 목차만 사진으로 찍습니다. 요즘은 QR 이나 PDF 를 주는 곳도 많습니다.
무게를 줄이는 게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흘째 체력이 판단력을 정합니다. 가방이 5kg 무거우면 마지막 날 협의의 질이 떨어집니다.
배터리와 보조배터리를 챙깁니다. 사진과 메모로 하루를 버티는데 단지 안에 콘센트가 넉넉하지 않습니다. 오후에 배터리가 떨어지면 그 시점부터 기록이 끊기고, 끊긴 구간이 대개 가장 중요한 구간입니다.
#견적은 조건과 함께 적는다
부스에서 들은 가격을 그냥 적으면 나중에 비교가 안 됩니다. 어떤 곳은 EXW, 어떤 곳은 FOB 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숫자 옆에 조건·수량·통화를 같이 적습니다. 「3.2 USD / FOB 광저우 / 1,000개」처럼요.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숫자는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수량 구간별로 받아 적습니다. 500·1,000·3,000개에서 각각 얼마인지. 이 기울기가 그 공장의 여력을 보여주고, 나중에 협상의 출발점이 됩니다.
동행자가 있으면 역할을 나눕니다. 한 사람은 대화하고 한 사람은 적는 방식입니다. 혼자 둘 다 하면 대화가 끊기거나 기록이 부실해지는데, 나눠 두면 양쪽이 다 살아납니다.
#저녁에 20분을 쓴다
하루가 끝나면 그날 받은 것을 그날 안에 정리합니다. 다음 날 아침으로 미루면 이미 섞여 있습니다.
정리라고 해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엑셀이나 메모 앱에 한 줄씩 옮겨 적는 것입니다. 회사명, 부스, 품목, 단가, 인상, 다음 액션.
그리고 그날의 상위 3곳을 표시합니다. 사흘이 지나면 이 표시가 재방문 대상 목록이 되고, 그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한 장으로 만들어 돌아온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한 장짜리 요약을 만듭니다. 후보 5곳, 각각의 강점과 걸리는 점, 다음에 할 일.
이걸 만들어야 회사에 보고가 되고 결정이 납니다. 명함 뭉치와 샘플 상자를 내놓으면 아무도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한 장이 다음 회차 참관의 출발점이 됩니다. 반년 뒤 봄 전시에 갈 때 이 문서를 보고 시작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요약은 가기 전에 양식을 만들어 갑니다. 돌아와서 만들려고 하면 항목을 뭘 넣을지부터 고민하게 되고, 그 사이 기억이 흐려집니다. 빈 표를 들고 가서 채우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도구는 단순할수록 지켜진다
전용 앱이나 명함 스캐너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장에서 거의 안 씁니다. 손이 바쁘고 인터넷이 느립니다.
실제로 지켜지는 건 휴대폰 사진 + 메모 앱입니다. 이미 익숙하고 오프라인에서도 되고 배터리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준비할 것은 도구가 아니라 적을 항목 다섯 개를 외워 가는 것입니다. 품목·단가·MOQ·회피·다음 액션. 이것만 몸에 붙으면 도구는 무엇이든 됩니다.
이어서 읽기 → 돌아와서 2주가 승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