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 문서를 만들면 시간이 줄 것 같은데, 막상 써 보면 검수에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 맡기면 안 되는 일을 맡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계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잘 되는 일은 형태가 정해져 있다

AI 가 확실히 잘하는 작업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용은 우리가 알고 형태만 바꾸는 일입니다.

회의 메모를 정리하기, 긴 글을 요약하기, 같은 내용을 다른 대상용으로 고쳐 쓰기, 번역 초안 만들기.

이런 일은 틀렸는지 우리가 바로 압니다. 원본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모르는 내용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검수가 불가능해집니다. 맞는지 확인하려면 결국 직접 조사해야 합니다.

#사실을 만들게 하지 않는다

규정, 수치, 절차처럼 틀리면 손해가 나는 정보는 AI 에게 묻지 않습니다.

그럴듯하게 나오지만 확인 없이는 쓸 수 없고, 확인하는 시간이 처음부터 찾는 시간과 비슷합니다.

대신 우리가 가진 자료를 주고 정리시키는 방식은 잘 작동합니다. 근거가 화면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사용법은 「알려줘」가 아니라 「이 자료로 이렇게 만들어줘」입니다.

자료가 없으면 먼저 자료를 찾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그럴듯한 문장을 검증하느라 시간을 더 씁니다.

#초안까지가 대체로 경계다

실무에서 안정적으로 이득이 나는 구간은 초안입니다. 빈 화면에서 시작하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초안은 틀려도 손해가 없습니다. 어차피 고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대로 나가는 문서를 맡기면 위험이 커집니다. 외부로 나가는 제안서, 계약 관련 문서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초안은 AI, 최종은 사람」이 현재로선 가장 안전한 분업입니다.

#우리 말투를 유지하는 방법

AI 가 쓴 글은 대개 비슷한 말투로 수렴합니다. 그대로 쓰면 회사 문서가 전부 같은 톤이 됩니다.

그래서 기존에 잘 쓴 문서 두세 개를 함께 주고 「이 말투로」라고 지시합니다. 효과가 큽니다.

그리고 쓰지 말 문구 목록을 만들어 둡니다. 과장 표현, 상투구, 영어 남용 같은 것들이요.

이 목록은 한 번 만들면 계속 씁니다. 회사의 문체 규정이 되는 셈입니다.

#시간이 실제로 주는지 재 본다

「빨라진 것 같다」는 느낌은 믿기 어렵습니다. 작성 시간과 검수 시간을 나눠 재 봅니다.

작성은 줄었는데 검수가 그만큼 늘었다면 총합은 그대로입니다. 그런 작업은 맡길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총합이 줄어드는 작업이 있습니다. 그 목록을 만들어 두고 거기만 씁니다.

몇 주만 재 보면 우리 회사의 목록이 나옵니다. 남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 숫자가 기준입니다.

#민감한 정보를 넣지 않는다

고객 명단, 계약 조건, 미공개 가격표를 그대로 넣는 건 위험합니다. 어디에 저장되는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명 처리하거나 필요한 부분만 잘라 넣습니다. 대부분의 작업은 실명이 없어도 됩니다.

회사 차원에서 쓸 도구를 정할 때는 학습 사용 여부와 보관 정책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넣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 공유합니다. 개인 판단에 맡기면 반드시 새어 나갑니다.

#반복 작업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어려운 문서를 맡기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매주 하는 단순한 문서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주간 보고 정리, 문의 답변 초안, 공지문 다듬기 같은 것들이요.

여기서 지시문을 다듬어 두면 그다음부터는 붙여 넣기만 하면 됩니다.

잘 작동하는 지시문은 팀에 공유합니다. 각자 매번 새로 만들면 품질이 제각각이 됩니다. 공유하는 자리는 문서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맡길수록 판단이 중요해진다

정리하면 AI 는 쓰는 시간을 줄이지 판단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안이 빨리 나오니까 검토할 것이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잘 쓰는 조직의 특징은 도구가 아니라 검수 기준이 분명한 것입니다.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은 넘어가는지가 정해져 있으면, 그때부터 실제로 빨라집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문서 종류마다 다릅니다. 하나로 통일하려 하면 내부 메모에 과한 시간을 쓰게 됩니다.

이어서 읽기 →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넘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