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자동화할 것인가는 기술 질문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책임의 문제입니다.
「이 판단이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에 답할 수 없다면, 그 자리는 아직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
송금, 발주 확정, 고객에게 나가는 통보. 이런 것들은 실행되면 취소가 안 되거나 취소에 비용이 듭니다.
여기는 자동화하더라도 마지막 실행 버튼은 사람이 누르는 구조로 둡니다. 준비까지는 전부 자동으로 하고, 확인 화면 하나만 남기면 됩니다.
이 한 단계가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으면서 대형 사고를 거의 다 막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안전장치입니다.
#맥락이 문서에 없는 판단
「이 거래처는 급할 때 먼저 챙긴다」 같은 규칙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사람 머릿속에 있습니다.
이런 판단을 자동화하면 규칙대로는 맞는데 관계가 상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손실은 숫자로 안 잡힙니다.
그래서 이런 자리는 자동화 대상이 아니라 문서화 대상입니다. 먼저 적어 보고, 적을 수 있는 것만 넘깁니다. 적어 보면 「이건 규칙이 아니었다」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규제가 걸린 판단
개인정보 처리, 세무 신고, 인증 대상 여부 판단처럼 법이 걸린 자리는 자동화의 결과를 그대로 쓰면 안 됩니다.
틀렸을 때 책임이 회사에 남고, 「시스템이 그렇게 했다」는 항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자리는 초안 작성까지만 맡깁니다. 확인과 서명은 사람이 하고, 누가 확인했는지 기록이 남게 합니다.
#사람이 감정을 받아야 하는 자리
클레임, 사과, 거절. 이런 대화는 내용이 아니라 누가 말했는가가 절반입니다.
정확한 문장을 자동으로 보내도 「기계가 처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자체가 새로운 불만이 됩니다.
다만 초안을 만드는 것까지는 맡겨도 됩니다. 담당자가 그걸 고쳐서 자기 이름으로 보내면 속도와 온도를 함께 가져갑니다.
#드문데 중요한 일
자동화는 반복에서 이득이 납니다. 1년에 두세 번 하는 일은 만드는 비용을 회수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드문 일은 할 때마다 조건이 달라져 있습니다. 만들어 둔 것이 다음번엔 안 맞습니다. 그리고 안 맞는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 또 듭니다.
이런 일은 자동화 대신 체크리스트가 답입니다. 종이 한 장이면 되고, 다음 사람도 바로 씁니다.
#사람이 남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사람을 남기는 것은 자동화를 덜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볼 자리를 정해 두는 것입니다.
이 자리가 있으면 이상한 결과가 걸러지고, 규칙이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한 시점을 알아차립니다. 완전 자동화된 흐름에서는 이 신호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잘 만든 자동화에는 대개 사람이 하루 몇 분 보는 지점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게 낭비가 아니라 유지 비용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바뀐다
자동화가 들어오면 담당자가 하던 일이 실행에서 판단으로 옮겨 갑니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이 변화를 설명하지 않으면 「내 일이 없어진다」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협조가 안 되고, 앞서 말한 예외 처리도 밖으로 샙니다.
그래서 도입할 때 「이 사람이 앞으로 무엇을 보게 되는가」를 먼저 정해 알립니다. 기술 설계보다 이쪽이 성패를 더 자주 가릅니다.
#경계는 고정되지 않는다
지금 사람이 있어야 하는 자리가 1년 뒤에도 그런 건 아닙니다. 데이터가 쌓이고 규칙이 문서화되면 경계가 옮겨 갑니다.
그래서 「여기는 사람」이라고 정한 자리도 왜 그런지 이유를 적어 둡니다. 이유가 사라지면 옮길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기준은 넷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가, 맥락이 문서에 있는가, 감정이 걸리는가, 충분히 반복되는가. 네 개를 통과하면 맡기고, 하나라도 걸리면 사람이 마지막에 한 번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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