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거래에서 가장 자주 병목이 되는 것은 언어입니다. 담당자가 영어로 주고받다 보면 뉘앙스가 빠지고, 현지어로 하자니 사람이 없습니다.

언어 모델이 이 병목을 상당히 낮춰 줍니다. 다만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이 봐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빨라진 만큼 사고도 빨라집니다. 실제 업무에 붙일 수 있는 지점과 그 경계를 정리했습니다.

#1. 이메일 — 초안까지만 맡긴다

한국어로 요지를 적고 「격식 있는 일본어 비즈니스 이메일로」 요청하면 초안이 바로 나옵니다. 중국어도 간체·번체를 구분해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숫자와 고유명사입니다. 금액, 수량, 납기, 회사명, 상품명. 문장은 자연스러운데 숫자가 하나 틀린 메일이 가장 위험합니다 — 자연스러우니까 그대로 나갑니다.

실무적으로는 숫자를 본문에 섞지 말고 목록으로 분리해 두면 검토가 쉬워집니다. 「아래 조건으로 진행 부탁드립니다」 뒤에 항목을 나열하는 형식이면, 확인해야 할 곳이 한눈에 보입니다.

#2. 문서 이해 — 읽기 전에 지도를 만든다

수십 페이지짜리 현지어 계약서나 약관을 받았을 때, 전체를 번역하는 대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뽑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대금 조건은 몇 조에, 해지 조항은 어디에, 분쟁 관할은 어떻게 돼 있는지.

그러면 법무 검토를 받을 때도 어디를 봐 달라고 특정할 수 있습니다. 검토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다만 이건 이해를 돕는 용도이지 검토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서 중요한 건 적혀 있는 것만이 아니라 적혀 있지 않은 것인데, 그건 요약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3. 상품 설명 현지화 — 번역이 아니라 재구성

한국어 상세페이지를 그대로 옮기면 대개 어색합니다. 문장 때문이 아니라 강조하는 순서가 시장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번역해줘」보다 「이 시장 소비자가 중요하게 보는 순서로 다시 구성해줘」가 낫습니다. 그리고 결과물은 현지 감각이 있는 사람이 한 번 봐야 합니다. 어색한 표현은 눈에 띄지만, 문화적으로 무례하거나 규제에 걸리는 표현은 원어민만 알아챕니다.

특히 효능·효과를 말하는 문구는 국가마다 허용 범위가 다릅니다. 한국에서 쓰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현지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부분만큼은 반드시 사람이 확인해야 합니다.

#4. 미팅 준비 — 배경 조사를 압축한다

처음 만나는 현지 기업과의 미팅 전에, 그 업종의 상거래 관행이나 의사결정 구조를 정리해 두면 대화의 질이 달라집니다. 누가 결정권을 갖는지, 첫 미팅에서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게 보통인지.

다만 이런 정보는 일반론입니다. 실제 상대 회사가 그 일반론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물로는 쓰되 전제로 삼지는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넘기면 안 되는 선

정리하면 경계는 대체로 이렇게 그어집니다.

  • 맡겨도 되는 것 — 초안 작성, 구조 파악, 배경 정리, 표현 다듬기
  • 사람이 봐야 하는 것 — 숫자, 고유명사, 법적 효력이 있는 문장, 효능 표현
  • 맡기면 안 되는 것 — 최종 확인 그 자체

마지막 항목이 실제로 자주 무너집니다. 처음에는 꼼꼼히 검토하다가, 몇 번 문제가 없으면 검토가 형식적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사고는 대개 그 시점에 납니다.

그래서 검토를 사람의 성실함에 맡기지 말고 형식에 넣는 편이 낫습니다. 숫자를 목록으로 분리한다든가, 발송 전 확인 항목을 정해 둔다든가. 형식은 바쁜 날에도 남습니다.